책/Review 2007. 9. 1. 21:32

검은집


검은집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 공포/추리소설
지은이 기시 유스케 (창해,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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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코파스와 사치코..... 그리고 검은집....

 

인터넷의 어둠의 경로로 얻게된(?) [데로드앤데블랑]을 다 읽고 나서..

장편의 소설을 읽고 난 후의 성취감.. 혹은 허탈함에 빠져 있던나는..

오랫만에 만화책이나 한번 파고들어볼까하며 책방나들이를 나섰다.

 

신간코너를 뒤적뒤적하며 이만화저만화 들쳐보던중.. 유난히 튀는 검은색 하드커버의 검은집......발견.. +_+

영화로 개봉된지 얼마 되지 않은 제목이라 그런지, 한눈에 나의 마음에 들어버렸다.

표지도 왠지 음산하고...  영화를 보기 전에 책을 먼저 접할 수 있게 된 행운(?)에 감사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빌려 돌아왔다.. 전혀 가볍지 않은 그 책을 들고..

 

검은집 영화가 개봉되었을당시,

너무너무 보고 싶었지만.. 나의 그... 공포영화극장공포증(?;;;)을 잘 알고 있는 남친의 배려(?)로 .....

결국 무산되어서, 아쉬워 하고 있던 중이였다.

때마침 딱 걸렸어~ 하며 검은집 읽기에 심혈을 기울이기로 ... 했다.

(공포영화극장공포증이란? 공포영화를 극장에서 보게되면, 극도의 심리적 압박감을 느껴서 다리밑과 계단복도에 괴생물체가 있다고 믿는 현상.... 실제로 필자는 극장에서 다리를 의자에 올리고 보며, 장화홍련을 보던 도중.. 계단에서 누가 올라온다는 착각에 극장안에서 혼자 소리를 지르는 쪽팔린 경험을 한적이 있음.)

 

-------------------------- 이제부터 감상;; (스포일러 포함) -------------------------

 

검은집은.. 한마디로... 싸이코.. 그자체..랄까.

읽는 내내 긴장을 하면서 봤다..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어쩐지 나는 호러라든가 공포쪽의 책을 보게되면, 주인공에 나를 이입시키는 강도가 훨씬 강해진다.

왜인지는.. 알 수 없다.

귀신이라든가 심령현상을 무서워하는 나의 약한부분이 작용해서 그럴 것이라는 추측은 든다.

그래서 며칠정도는.. 그 주인공의 기분에 사로잡혀..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등 경계를 많이 한다.

시간이 오래지난 후에도 무서운 생각은 한번 들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가 없게 되기때문에,

무서운 것은 영화든 책이든 잘 안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런것에 많은 흥미를 가지고 있는것도 사실이다.

무서운 것에 대한 나의 기억은.. 다른 여타의 기억보다 강력한 편으로, 그 지속력도 길고, 농도도 짙다.

예를 들자면, 난 사실 기억력이 그다지 좋지 못한 편이라서(치매가 빨리 올 것 같기도 하다;) 초등학교 저학년때라든가 그 이전의 기억은 잘 기억을 하지 못하는 편이다. 아니 아예 기억이 없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무서운 기억, 3살때 티비에서 처음 본 충격적인 구미호의 영상이라든가, 초등학교 3,4학년 정도때의 친구집에 갔다가 공포특집 비스무리한 제목의 책에서본 흉물스런 삽화등등은 기억에 또렷이 남아있다.(그 책을 보여준 친구의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망할 것;;;;)

무서운 기억들은 왠지.. 하나가 생각나면, 연달아 이것도 저것도 생각이 나버리기 때문에 .. 한번 생각나기 시작한 기억들은 나에게 심리적으로 대단한 압박감을 주는데, 그 내용이 좀 조잡스러운 것이라해도 나는 상당히 쫄아든다.

그래서 음.. 검은집을 읽는 내내 생각했다..
이거이거.. 후유증 쫌 오래가겠는데....ㅠㅠ;;

 

검은집엔 귀신이 나오지 않는다.
등장인물은 모두 사람.. 그러나 사람이 아니다.

 

악취가 지독하게 나는, 싸이코가 사는 검은집..
남편을 죽이고, 아들을 죽이고, 돈을 얻기 위해 방해하는 모든사람을 위협하고.. 죽이는..
정말 악귀가 씌였다고 밖에는 볼 수 없는 사치코.

무서웠다.


정말 무서웠다.

소설을 읽는 내내 소설이 아니라 현실인 것만 같이 느껴졌다.
나는 종이에 써진 글자를 읽고 있는것이 아니라,
바로 옆에서 벌어지는 일을 관찰하고 있는 상태인 것 같았다.

 

돈 때문에 살인을 하는 사치코.. 또 마지막에 등장하는 거구의 남자.
어디서 본 것만 같다.
생소하지가 않다.
매일매일.. 우리는 듣고 보고있다.
이런 무섭고 잔인한 일이.. 우리 주위에서 매일 일어나고 있는것이다.
티비에선 하루종일 이런 무서운 뉴스가 나오고,
우리는 점점 잔인한 현실에 적응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놀랍지 않다.
무섭기는 하지만 놀랍지 않다.
책을 읽는 내내 무서웠다.. 하지만 놀라지 않았다.. 처음 느껴보는 생소함.. 그런 것이 없었다.

세상은 점점 변해간다.
예전처럼 인정이 많지 않다.
자식들은 부모를 버리고, 부모는 자식을 내팽겨쳐두고,
이웃간에는 관심이 없고, 오히려 서로를 적대적으로 느낀다.
공공장소에서 무서운 일을 당해도, 도와주는 사람은 없고,
피해자가 오히려 고개를 숙이며 사는 세상.... 정말 무섭다.. 생각만 해도 소름이끼칠정도다.
말세라는 말이 절로나온다.

 

검은집에는 사이코파스 라는 말이 나온다.
환경오염에 의한 유전자 변화로 인해 광기어린 성격을 지니게 되는 부류를 뜻한다.
성악설적인 단어.

나는 사이코파스를 믿지는 않는다.
성악설보다는 성무선악설을 믿기때문이다.
그래서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사람의 성격이 크게 좌우된다고 생각을 한다.


어렸을 적에 하는 경험들이 굉장히 성격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라고 하지 않는가..
많은 관심과 사랑으로, 자신조차도 가치없게 생각하는 이런 싸이코들이.. 더이상 생겨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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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1.. 아.. 또 이런 이상한 결말로 치닫고 마는 나의 감상.. -_-... 쓰다 보면 항상 삼천포로 빠지고 만다.. 그치만 내 머릿속도 삼천포이니..할 수 없나;;

 

ps2.. 새로운 나의 보물발견 +_+
      에쿠니 가오리님과 함께 일본 작가 리스트에 오르신 기시 유스케님!
      사실적이고 구체적인 문체가 매우 마음에 든다.
      다만, 번역본이라 일본어 실력이 된다면 원본으로 구입해 다시 한 번 읽어 보고 싶은 마음!

 

ps3.. 책을 접하기전에 영상을 먼저 보게되면, 상상력이 급감하게 되므로 이번에 검은집을 영화로 먼저 보지 않은 것은 대단한 행운이라고 생각 하게 됐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