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Review 2008. 10. 19. 05:30

민들레 한 송이 - 정지원


영화감상평을 쓰는 것과는 다르게.. 책을 읽고 난 후에는 어쩐지 감상평을 쓰는 것이 쉽지가 않다.

강상평을 쓰는 것으로 인해서 책을 읽을때의 그 소중한 감정을 상하게 해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에다.

음... 어렸을때는 방학 숙제로 간혹(아니 꼬박꼬박) 독서감상문 한두편씩이 필 수 였는데, 난 숙제를 하기 위해서 책을 읽어야만 한다는 것이 정말 싫었다.

어렸을때의 나는 책을 꽤나 좋아해서 동네 친구들이 매일같이 나를 부르러 오는 것도 거절하고 책을 읽을 정도였다. 그런데 방학만 되면 그놈의 [독서감상문] 이라는 숙제에 얽매여 그렇게 좋아하던 책을 두려움에 찬 시선으로 보곤 했었다.

어렸을때의 트라우마라면 트라우마랄까... 뭐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하하..

어째서 억지로 그런것을 쓰게 하는지는 지금도 의문이다. 아직 철이 덜들고 덜떨어져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억지로","의무감에" 해야하는 것들은 지금도 질색이다 ㅡ_ㅡ...

 

어쨌든, 중요한것은 그것이 아니라..

[민들레 한 송이] 라는 책을 읽었다. 우연히 책방에 갔다가 신간중 표지가 마음에 들어 빌렸는데.. 내용도 재미있었지만, 작가 후기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옮겨본다.

읽는 것만큼 글로 표현하는것이 힘든 내 마음을 통째로 옮겨 놓은듯 해서 엄청 후련한 기분이 든다.

민들레한송이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로맨스소설
지은이 정지원 (노블리타,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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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이란 굉장히 불안정한 시절이다. 십대 시절은 중고교라는 하나의 틀이 있어 친구들과 나를 묶어주지만, 대학에는 사람을 묶어주는 기능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주변에서는 "이제 어른이잖아" 같은 말로 뭔가 달라져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을 심어준다. 사실 고교 시절과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지금 와서 그 시절을 돌아보면 어른인 척하고 한 일은 많은데, 온통 실수투성이라서 되새기는 게 괴로울 정도이다. 물론 내가 저지른 일에서 눈 돌리고 안 한 척하는 건 쉬운 일이지만 무책임한 일이기도 하다. 정말로, "어른"인 지금 와서는 발뺌할 수 없지만, 낯이 뜨거워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그 시절의 흔적을 지우고, 그 시절에 알던 사람들을 지금 와서 새삼 찾아보고 싶지 않은 이유는 그래서일지도 모르겠다.

 스무 살 어린애들이 술집에서 사랑 이야기를 하며 펑펑 울고 있는 걸 보면, 가끔 노인네처럼 " 그것도 다 지나간단다"라고 이야기하고 싶기도 하다. 물론 겪고 있는 본인들에게는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가슴 아픈 일이라는 건 알고 있다. 좋아하던 남자/여자에게 차였을 때 당당한 척 돌아서거나,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지거나, 장문의 편지를 써서 나의 마음을 알리거나, 어느 쪽이든 머리를 쥐어짜서 생각해낸 대책이지만 돌아보면 쓴웃음이 나올 정도로 유치하고 애처롭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쌓여서 결국에는 지금의 내가 되는 게 아닐까.

(중략)

스무 살의 불안정하던 내가 어른이 되기를 바랐던 만큼, 지금은 스무 살의 불안정하던 내가 그립기도 하다. 그 중간쯤에서 조화를 이루는 삶을 살고 싶고, 그 시절의 감수성을 잃지 않는 글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 그 불안정한 시절을 살고 있는 독자 분들이라면 힘을 내시길, 어쨌든 시간은 흘러간다. 그 리고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독자 분들은 부디 그 시절을 완전히 잊어버리지 않는 삶을 사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멋있는 글이다.. 잊고 싶지 않아서, 두고두고 교훈을 삼기 위해 적어둔다..

나는 아직 스무살에서 많이 비껴서진 않았지만 20살이라는 기념할만한 나이는 이미 지나버렸다. 딱 그나이에만 할 수 있는것중 해본것도 해보지 못한것도 많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감정에 안달했던 적도, 조그마한 일에도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감정을 느낀적도 있다. 추억중에는 기쁜것도 슬픈것도 창피한것도 자랑스러운 것도 있다.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정말로 후회를 남기지 않을 삶을 살겠다고 다짐할 수 있지만.. 또다시 5년후에 그런 다짐을 하지 않기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족-조금 뜬금없지만 작품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

정연 : 웬일이니, 조선우. 어쩜 좋아, 나 다시 한 번 사랑에 빠졌어.

               사방에서 막 종소리가 들리는 거 같아. 나랑 결혼하자, 조선우!

선우 : 미안하지만 이미 결혼한 상태라 거절해야 할 것 같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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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